[유전자 전달 메커니즘] 접합(Conjugation)
세균은 세 가지 방식으로 유전자를 교환한다. 형질전환과 형질도입은 외부 요인을 필요로 하지만, 접합(Conjugation)은 다르다. 두 세균이 직접 만나 DNA를 주고받는 과정이다. 이것이 세균의 유전자 교환 중 가장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다.
1. 접합이란?

접합은 두 세균이 물리적으로 접촉하여 한 세균(공여자, donor)에서 다른 세균(수용자, recipient)으로 유전물질을 직접 전달하는 과정이다.
이 현상은 1946년 Joshua Lederberg와 Edward Tatum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그들은 E. coli의 서로 다른 영양요구성 돌연변이주를 혼합 배양했을 때, 야생형 형질을 가진 재조합체가 나타난다는 것을 관찰했다. 이는 세균이 무성생식 이상의 유전적 교환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으며, 분자생물학 역사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2. 공여자와 수용자
접합은 F 플라스미드(fertility plasmid)의 존재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공여자(Donor, F+): F 플라스미드를 가진 세균
- 약 100kb 크기의 자가복제 가능한 환상 DNA
- tra 유전자군(transfer genes)을 포함
- 성 선모(sex pilus) 합성과 DNA 전달 기구 구성
수용자(Recipient, F-): F 플라스미드가 없는 세균
- DNA를 받는 역할
F 플라스미드는 단순한 추가 DNA가 아니라, 유전자 전달을 위한 분자 기계를 만드는 설계도다.
3. 접합의 메커니즘
접합은 세 개의 명확한 단계를 거친다.
3.1. Mating pair formation (짝짓기 쌍 형성)
공여자는 필린(pilin) 단백질로 구성된 성 선모를 만든다. 이 선모는 수 μm까지 연장될 수 있으며, 수용자 세포 표면의 특정 수용체와 결합한다. 결합 후 선모가 탈중합되면서 두 세포가 가까워진다.
3.2. Conjugation bridge formation (접합 다리 형성)
세포 간 거리가 충분히 가까워지면, 세포막과 세포벽을 관통하는 접합 다리(conjugation bridge)가 형성된다. 이는 Type IV secretion system(T4SS)이라는 분자 기계로, 단백질-DNA 복합체를 세포 간에 전달할 수 있다.
3.3. DNA transfer (DNA 전달)
F 플라스미드의 oriT(origin of transfer) 위치에서 relaxase 효소가 닉(nick)을 만들어 단일 가닥 DNA 전달을 시작한다. DNA는 5'→3' 방향으로 단일 가닥 형태로 수용자에게 전달되며, 이동 중 공여자와 수용자 양쪽에서 동시에 상보적 가닥 합성이 일어난다. 이 과정을 rolling circle replication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공여자는 원래의 이중가닥 F 플라스미드를 유지하고, 수용자는 완전한 복제본을 획득하여 F+로 전환된다.
4. 접합의 세 가지 유형
4.1. F+ × F- 접합: F 플라스미드의 전파
F+ 세균과 F- 세균 사이에서 일어나는 접합으로, F 플라스미드만 전달된다. 염색체 DNA는 전달되지 않는다.
Rolling circle replication을 통해 F 플라스미드가 복제되면서 한 가닥이 수용자로 이동한다. 혼합 배양 후 수십 분 내에 F- 세균의 상당수가 F+로 전환되는데, 이는 F 플라스미드가 세균 집단 내에서 전염성 요소로 작동함을 의미한다.
4.2. Hfr × F- 접합: 염색체 유전자의 전달
Hfr(High frequency recombination)는 F 플라스미드가 세균 염색체에 상동 재조합을 통해 통합된 형태다. F 플라스미드와 염색체 모두에 존재하는 삽입 서열(insertion sequence)을 매개로 일어난다.
이 접합에서는 oriT로부터 염색체 DNA 전체가 선형적으로, 순차적으로 전달되기 시작한다. 전달 속도는 일정하며(약 50 kb/min), 시작점에 가까운 유전자부터 먼 유전자 순서로 이동한다.
* interrupted mating experiment" (접합 중단 실험)
1950년대 Elie Wollman과 François Jacob은 접합 중인 세균을 다양한 시점에 물리적으로 분리하여 어떤 유전자가 전달되었는지 분석했다. 이 실험을 통해 E. coli 염색체의 환상 구조와 유전자 배치를 밝혀낼 수 있었으며, DNA 염기서열 분석 기술이 없던 시대에 유전체 지도를 작성하는 획기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전달된 염색체 DNA 단편은 복제 기원이 없어 자가복제할 수 없다. 따라서 수용자의 염색체에 상동 재조합을 통해 통합되어야만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발현될 수 있다.
4.3. R 플라스미드 접합: 항생제 내성의 수평적 전파
R 플라스미드(Resistance plasmid)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포함한 접합성 플라스미드로, F 플라스미드와 유사한 접합 기구를 가지고 있다. F 플라스미드와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전달된다.
R 플라스미드의 가장 큰 특징은 다중 내성(multidrug resistance)이다. 하나의 플라스미드가 여러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동시에 보유할 수 있으며, 이는 트랜스포존(transposon)에 의한 유전자 재배열과 축적의 결과다.
접합은 유전 정보가 세대를 거쳐 수직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개체들 사이에서 수평으로 교환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균 진화는 돌연변이의 점진적 축적이 아니라, 접합을 통한 유전자 블록의 급격한 재배치로도 일어난다.
'Biology(생명과학) > 분자생물학(Molecular biology)' 카테고리의 다른 글
| Mutation에서 Cancer까지 (0) | 2025.12.03 |
|---|---|
| [유전자 전달 메커니즘] 형질도입 (Transduction) (0) | 2025.11.02 |
| [유전자 전달 메커니즘] 형질전환(Transformation) (0) | 2025.11.02 |



